“이야, 오늘도 아름다우시네요.아침부터 이런 미인을 만나다니, 오늘은 운이 좋으려나?” 저 녀석은 또 시작이군. 클로드는 길을 걷다 들려온 목소리에 속으로 혀를 찼다. 저러다 언젠가 칼 한두 개쯤 등에 꽂혀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 아닐까? 그러나 실뱅은 자신의 반도 아니고, 클로드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반장으로서도, 금사슴 반의 동료들이야 실뱅의 저런 ...
벨레스는 눈 앞에 내밀어진 반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금 전 눈 앞의 남자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한 것은 아니다. 충분히 이해도 했다. 지금 상황은 벨레스로서는 다소 낯설었다. 가르그 마크에 온 뒤로 감정을 드러내게 되었다고 제랄트가 기뻐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 전의 벨레스에 비해서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20년의 시간을 그리 빨리 따라잡을 수는 없는...
“클로드. 반장이 수업을 빠지면 어떡해.” 걸렸네. 클로드는 큰 긴장 없이 머리를 덮고 있던 책을 치웠다. 곤란한 얼굴의 벨레스가 눈에 들어왔다. 수업을 땡땡이친 것은 사실이지만 클로드는 클로드 나름대로 변명할 거리가 있었다. “선생님. 내 말 좀 들어 봐. 굳이 모든 수업을 다 들을 필요가 있을까? 마리안도 창술 수업을 듣지는 않잖아.” “……말도 안 되...
베르나데타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놀랍게도, 이 소심한 사관생도는 사관학교의 신임 교사에게는 상대적을 낯을 덜 가리는 편이었다. 베르나데타 자신도 명확한 이유를 댈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사관학교에서도 늘 멍한 얼굴로 학생들 분실물이나 찾아다 주고 있는데다가 다과회를 명목으로 베르나테타 자신에게도 곧잘 맛있는 과자를 먹여 주지 않는가. 표정이 없어서 무섭다는 사...
“어때. 선생 일에 적응은 좀 하고 있나?” 막 이직한 딸에게 건넬 수 있는 아버지의 말로는 모범적이다. 벨레스는 그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 어째서인지 그 말에 웃음기가 도는 제랄트의 얼굴에 벨레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 약한 소리나 하고 있는데 왜 좋아하는 것일까? 아직은 감정조차 희미한 ...
늦게까지 이어지던 무도회도 슬슬 소강될 무렵이었다. 눈이 내려앉은 디아도라의 밤, 두 사람의 모습이 통일 포드라 왕성의 테라스 난간을 타고 있었다. 경비가 본다면 마땅히 경계를 울리고 사람을 불러모아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 그림자를 목격한 경비를 그 중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보지 못한 듯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둠을...
가르그 마크 부속 사관학교의 젊은 신임 교사는 꽤 유명했다. 용병 출신이라는 파격적인 인사. 그러나 그 인사 논란을 잠재우는 전 기사단장의 아들이라는 신분과 확실한 실력, 그리고 젊은 나이까지. 그것만으로도 유명할 이유는 충분했지만 다른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선생님, 어디 가?” “점심 식재료가 떨어져서, 사러.” 주말, 시장 쪽으로 향하는 벨레트...
“선생님. 대련하지 않을래?” 벨레스에게는 익숙한 제안이다. 다만 제안자가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보통 이런 제안을 하고는 하는 라파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클로드는언뜻 뺀질거리는 것 같아도 훈련에는 성실히 임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보통 대련에는 그리 열성적이지 않았다. 애초에 전투에 있어서도, 창 정도를 제외하면 무기에 그리 재능이 없는 편은 아닌데도 ...
디아도라가 팔미라에 비해 북쪽인 것도 아니건만, 물이 많아서인지 4월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벽난로의 불이 사그라들어 가는 새벽 날씨는 퍽 쌀쌀했다. 그 추위가 그리 꺼려지지만은 않는 것은 품 안에 끌어안은 사람의 온기가 더 소중해지기 때문이겠지. 클로드는 덜 깬 정신으로도 만족감을 느끼며 숨을 들이쉬었다. 밤 내도록 몸을 겹쳤으니 체향이 섞여 옮을 법도 ...
클로드의 몸에는 포드라와 팔미라, 양쪽의 피가 흐른다. 그 반쪽짜리 혈통 탓에 어느 쪽에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그래서 자신만의 야망을 가지게 되었다. 차별받았다지만 각각 맹주와 왕족의 피. 자신의 피가 만든 야망을 위해 그 혈통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이용했다. 맹주의 손자라는 지위로 금사슴반의 반장이 되었고, 팔미라와도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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